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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12/02/22 17:27

고양이가 담 위에서 볕을 받고 나른하게 눈을 가물거렸다.
눈 주위를 조였다 펴기로 올려다보는 나를 가늠했다.
내 등에도 고양이 등에도 내리는 볕이 따뜻했다. 간질거렸다.

간질간질 따뜻한 볕이 내려앉았다.
나른해졌다가 긴장했다가 애틋했다가 안타까왔다가 간절했다가 부끄러웠다가 달아올랐다가 아찔했다가
볕 아래 강렬한 담담한 순간들,
어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볕처럼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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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12/02/13 20:18

작년 발렌타인 데이에는 밥 먹을래? 하는 누군가와 거리를 헤매다 샤브샤브를 먹었다.
샤브샤브에 닭은 어울리지 않는구나.
언제나처럼의 밥 먹자 인건지, 발렌타인 데이라고 부러 였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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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12/02/07 01:43
라디오에서 되게 찌질한 노래가 나오는데 가사가
내 상황과 비슷했다.
섧기도 하고 겸연쩍어 어색하니
숨죽여 인상쓰고 듣다가 피식 웃음이 났다.
"이 노래 딱 내 마음이네"
어유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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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12/01/20 01:15
1.
늘 츠바이크에 관해 쓰고 싶었다.
그를 좋아하는 작가에 놓지는 못하겠지만, 그의 어제의 세계, 는 가장 사랑하는 책 중 하나라고. 
연말연시에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나날, 이라는 로랑 세크직의 츠바이크 자살 과정을 다룬 책을 읽고
짤막한 감상이라도 남기고 싶어
작정하고 앉았는데 화가 치미는 일이 생겨 포기한다.

2.
늘 에피에 관해 쓰고 싶었다.
에피는 대실 해밋의 탐정 샘 스페이드가 연 탐정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비서다.
영화 몰타의 매,에서는 한 두번 나올까 말까 한 아무 것도 아닌 여자.
책 몰타의 매,에서 샘 스페이드는 종종 그녀에게 무심하게 '에피는 천사야' 고 내뱉는다. 마치 잊었던 기지개를 펴듯. 혹은 짧은 한숨처럼.남이 들어도 상관없는 혼잣말 같이.
에피는 쓸쓸하고 서걱대는 내면을 가진 여자이다. 그녀의 삶도 서걱거리고 쓸쓸하다.
나는 그녀가 나 같다고 생각한다.
에피에 관해 쓴다는 건 나에 관해서 적어내려간다는 뜻일 것이다.
시작하지 못하는 글이다.

3.
늘 아드소에 관해 쓰고 싶었다.
고1때, 장미의 이름,을 읽고
나는 아드소 같다고 생각했다.
2007년도에 몰타의 매에서 에피를 만날 때까지 17년 동안 나는 아드소였다.
 
4.
늘 홈즈에 관해 쓰고 싶었다.
홈즈는 내가 가장 먼저 읽은 계림문고 시리즈였다.
초등학교 때는, 침대머리와 매트리스 사이에 셜록 홈즈를 넣어놓고 밤에 자기 전에 몇 장이라도 읽고나서야  잠들곤 했다.
책 속의 인물에 반해 현실의 남자들에게 관심을 주지 못했다.
홈즈를 사모하여 홈즈 같은 남자가 아니라 홈즈와 결혼하고 싶었다.
홈즈에 관해 쓴다는 건 첫사랑의 고백이다.


5.
화가나서미친듯이써내려간다.단박에달린다.분명후회할거다.이글을.그래도지우지말자.지우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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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 2012/01/29 17: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초등학교때 저는 아하 보컬이 우유배달 오는 상상같은거나 하고 고딩때도 온통 미국 동경
    대중문화만 쫓다보니 남는건 허무한 트렌드뿐
    주체성도 없게되고 원하는 것도 없고~ 너무 객체적..ㅎ
    책의 어떤 좋은점보다 안정된 그 시간들이 없었단 생각이 드네요
    다커서 해보려니 그런 행복감이 길어야 3분 정도 되더군요
    얼마나 좋았을까요 대신 검색해보면서 츄측해봅니다 써주셔서 감사해요

  2. adso. 2012/01/30 0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b님의 웹세계만 보자면, 객체적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드는데...
    안정된 시간, 이란 말씀을 생각해보았어요. 안정되었다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었는데,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아요. 그렇게 표현할도 있겠구나, 싶구요.
    이번 주 되게 춥대요. 감기 조심하셔요.





폐허에서 새로운 세상을, 혁명의 꽃을!

대안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혁명입니다.”

스콧 니어링 자서전을 읽다가 순간 피가 끓었던 대목이 다시 떠올랐다.


옮겨보면 국제연맹이 노동자와 자본가 모두에게 평화의 대안이 된다, 국제연맹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는 모 교수의 결론에 스콧 니어링은 입을 뗀다.


대안은 있습니다.” 나는 이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한 나라의 정부란 국민의 동의로부터 정당한 권력을 도출해내는 기관입니다. 어떠한 형태의 정부라도 만일 이러한 과정을 무시한다면, 그런 정부를 바꾸거나 폐지하는 것은 곧 국민의 권리입니다. 우리의 안전과 행복을 보장하는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바로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 것이지요.” 나는 잠시 말을 쉬었다가 다시 이었다. “대안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혁명입니다.”



혁명의 목표와 결과가, 플레이타임의 화면을 채울 듯한 사진 후경의 건물 숲은 아닐 것이다. 지나치게 미끄럽거나 일직선인 건물의 내 외부에서 윌로씨는 늘 현기증을 느꼈으니까. 게다가 이 공사장의 폐허와 널찍한 공허는 위세 등등한 건물들의 뿌리가 비어있고 파헤쳐져 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자크 타티는 현대화와 그 문명의 바닥을 꿰뚫어 본 사람이었고, 그 통찰을 자신만의 현대성으로 보여준 감독이었다.

 

이 공사장에는 곧 또 다른 현대문명의 첨단 건물들이 솟아오를 것이다.

윌로씨는 어디로 갈까. 그가 머무는 세상은 점점 밀려난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세상. 안전과 행복을 보장하는 새로운 세상. 혁명으로만이 만들어질 수 있는 세상, 혹은 그 자체가 혁명인 세상. 비바 레볼루션. 비바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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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11/12/05 00:10

 

 

 

그러니까 결국

언제 죽을지 모르는 짧은 인생, 슬퍼하고 아파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사랑하자, 사랑하자, 힘껏 사랑하자, 는 다짐으로 언제나 마음을 다잡게 된다.

상처 받을 때마다 결국 이렇게 마음을 다잡고야 말것을 아는 상태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돌아오기까지
아무 것도 못하고 아무 발성도 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흐느끼며
웅크리고 웅크리고 웅크린다.
패배가 뻔한 전쟁을 벌이는 마음 속은 기시감과 기시감의 싸움판. 기시감이 기시감 위에 시체처럼 포개진다.

 

결국 결국에는

 

폴 오스터가 어둠 속의 남자, 에서 웅얼거린 누나처럼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누나는 상심하여 죽었다. 사람들은 상심으로 죽었다는 말을 들으면 웃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그들은 세상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사람은 정말로 심장이 깨져서 죽는 것이다.”


상심하여 심장이 깨져서 죽을 나의 미래와 미래의 죽음은 이미 도래했고,
상심하여 심장이 깨져서 죽을 미래와 죽음으로 매일 매일 다가가고 있다.


나는 왜 삶을 연명하고 있는걸까. 빤한 인생, 기대가 머물 곳을 찾지 못하는 인생을
국도 반찬도 없이 먹는 밥처럼 꾸역꾸역 씹어 삼키고 있는 걸까.

내 삶이 기대가 머물 곳을 마련하지 못한 걸까,
기대가 내 삶에 머물지 못하는 걸까.
기대가 착륙할 자리를 찾지 못한 건 혹시 내 기대에는 다리가 없어서 일까.
내 기대는 원래 다리가 없는가, 누군가가 잘라낸 걸까.
내가 내 기대의 다리를 자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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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무릎

분류없음 2011/11/15 22:38


이상한 토요일 이었다.

늦은 점심을 먹으며 피터 비스킨드의 헐리웃 문화혁명, 을 펼쳤다. 보니와 클라이드, 의 제작비를 지원받기 위해 워렌 비티가 워너브라더스의 잭 워너에게 무릎을 꿇은 에피소드였다.

어느 날 그는 워너를 그의 사무실에서 잡았다.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그의 다리를 잡으면서 말했다. “대령님!” 누구나 워너를 대령이라고 불렀다. “구두에 키스하겠습니다. 아니 구두를 핥겠습니다.”
“이거 왜 이래. 일어나라구.”
“아서 펜과 삼삼한 각본이 있습니다. 160만 달러면 만들 수 있습니다. 설사 아무 것도 아니더라도 삼삼한 갱스터 영화가 될 겁니다.”
“일어나, 일어나라니까.”
워너는 다소 민망했다.
“야, 임마. 너 대체 왜 이래? 빨리 일어나지 못하갔어?”
“이 영화제작을 허락하실 때까지 일어나지 않겠습니다.”
“되지도 않는 수작 집어치워. 안돼!”

잭 워너가 자신을 증오하고 만나지 않으려는 걸 워렌 비티는 알았다. 그래도 비티는 워너를 기다리고 무릎을 꿇고 다리를 잡았다. 



나에게도 간절한 일이 있다. 그것들로 마음을 끓이고 태운다. 하지만 그래서 무릎을 꿇어봤는지 자문하니 나의 간절함은 가짜처럼 느껴졌다. 나는 나를 속이고 있는 걸까. 혹은 내가 어떤 절실함을 잃어버린 걸까, 라는 질문은 감정이 아니라 신체적인 혼란을 주었다. 

 

저녁에 극장에서 타르코프스키의 노스탤지어, 를 보았다.
한 여인이 성당에 들어간다. 여인에게 한 남자가 간절하게 바란다면 무릎을 꿇으라고 이야기한다. 여자는 무릎을 굽히는 제스쳐를 취해보려다가 일어서버린다. “못하겠어요.”

그녀는 간절하지 못했던 거다. 거기까지였던 거다.



무릎을 꿇으라, 너의 간절함을 보이라.
권면일까, 명령일까. 혹은 제안일까, 약속일까.
간절하다면 무릎을 꿇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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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에 본 멜릭의 트리오브라이프에 관해 새 주가 오기 전에 메모를 하고 싶었다.
대충 일을 마치고 밤 1시가 넘어 드디어 하얀 워드를 올려놓았는데,
십분 정도 갈겨쓰면 될 줄 알았던 메모가 길어진다.

난 그저
트리 오브 라이프는 영상화된 욥기였다,
보는 내내 삶이란게 너무 지겹고 버겁고 기대없다는 생각에, 앞으로도 뻔한 더 나아갈 수 없는 사랑의 절망에
결국 죽고 말 것을 왜 사는가 지치고 슬퍼졌고,
매사에 허무하고 부질없다는 결론에 결국 닿고야마는 내가 서글펐는데,
누군가 보낸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문자에
세상과 끈이 연결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 쓰고 싶었다.

퇴근하련다.
배가 몹시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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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분류없음 2011/11/04 23:08

 

 

작년 이맘때 뭘 했나 봤더니 아녜스 바르다 회고전에 다녔었다.

참 열심히 다녔었다. 합정에서 종로까지.

행복했었다.
바르다의 영화로. 열띤 호응으로.

 

난방기를 켜기 전이라 덜덜 떨면서 영화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감기 걸렸다는 누군가의 항의도 받았었다.


 

개인의 기억이 극장과 영화와 너무 끈끈하게 묶여있다. 분리가 불가능하다.

좋은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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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 2011/11/09 21: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젠 영화가 재미없고 몰입이 안된다는 애들이 많아요 저도 그랬었구
    하지만 재미는 무서울 정도로 무한하게 자생하고 번식하더군요 자신의 에너지가 차단하는거같애요
    현재 가장 핫한 젊은감독들이 만드는 최신 한국영화는 어떤지 보고.. 독립영화에 섞여나오는 현장음 듣는것도 신선하고.. 저도 adso님처럼 클래식으로는 언제 뚫릴까요
    아마 취향이 아니실텐데 '유감스러운 도시' 추천하고싶어요 케이블에서 자주 하는데 흐르면 한번 보세요 제가 아주좋아해요 어떤애가 그렇게 좋다는데 한번 이런식으로 보셔도 좋구 '홀리데이 인 서울'도 그랬는데 약간 외국영화를 흉내내면서~ 그안에 서울에서만의 비애감이 있는점이 포인틉니다

  2. adso. 2011/11/10 13: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은 딱이 클래식이라고 분류될만한 취향은 없어요. 단지 한정된 시간을 쪼개서 억지로 혹은 습관으로 '우리 극장'에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다른 극장에서 하는 영화 보러 갈 시간까지는 잘 못 내고 있는 것이고요.
    제 영혼 한 조각은 거기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좌석에 쭈그리고 어둠에 파묻히는 것, 옴짝달싹 못하고 잡혀있는 시간. 그 썰렁하고 불편한 곳에서 보는 빛의 매혹. 그리고...
    근데 정말 거기서 하는 영화, 끝내주는 거 많아요. 벅차고 기뻐서 뱅뱅 돌고싶게 끝내주는 작품들. 그게 클래식이어서가 아니라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한 진짜 영화들이 주는 그런 미칠 것 같은 감흥들이요.
    '유감스러운 도시' 예, 시간 날 때 보겠습니다.

  3. b 2011/11/10 15: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자요 정말 그래요.. 다기억나요 기억이돌아왔어요

  4. adso. 2011/11/12 0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자주 못가요....


나는 수년간 지도 위에 표시되지 않은 나라들을 돌아다니고 수없이 도망 다녔다. 좌표도 국경도 존재하지 않는 이 어둠이 빼곡히 들어찬 세계에서 내가 얻은 경험이 언제나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이 보이지 않는 지방의 포도밭에서는 젊은 정신을 취하게 하는 검은 포도주가 생산된다. 요컨대 나는 어디에도 두기 어려운, 일종의 기밀부서를 위해 쉬지 않고 일했던 셈이다.”

 

 

사랑하기, 서서 잠들기, 기적을 기다리기…… 이런 것들이 나의 유일한 정치(政治)였다. 그런 내가 잠시 쉰다고 한들 무슨 잘못이랴. 대륙을 돌아다니고 다른 사람들처럼 철로와 선박을 이용한다고 해서 온당치 못할 것이 무엇이랴?”

 

 

 

그리하여 필리어스 포그장 콕토와 파스파르투마르셀 킬은 길을 나섰다.

 

 

장 콕토의 다시 떠난 80일간의 세계일주. 쥘 베른의 길을 따라가는 두 사내의 이야기를 왜 집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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