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요일. 4시간이 넘는 회의를 끝내고, 마지막 사람까지 퇴근시키고 나니 늦었다. 더 이상 기타소리를 들을 수 없어, 를 볼 수 있을거라 예상하지 않았지만 시네토크라도 가서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감상이 안 올라온다. 코까지 골며 졸았다는 현수씨 말고는 어쨌느니 저쨌느니 말이 없다. 영화가 마음에 안 들었던거야? 할 말이 없는 영화야? 본 사람이 너무 적었던 거야? 음......
2.
철학책을 펼쳐도 무슨 말인지 몰라서 읽지를 못하겠는 지적으로 저급한 사람이 랑시에르를 읽어보고 싶다면, 무얼 봐야할까, 라는 질문에 신문 연재글을 모은 합의의 시대를 평론하다, 가 그나마 어렵지 않다 는 추천을 받았다. 바로 주문하면서, 하나만 주문하기는 아쉬우니까, 로브 그리예의 거짓말하는 남자,를 준비하는 중이어서 로브 그리예의 절판되지 않은 작품 두 개를 괜히 넣고, 그러다가 생각나는 작가 이름들을 쳐보면서 또 이것 저것 리스트를 늘렸다. 받았다. 책을 사지 말아야겠다. 읽으려고 주문해서 읽지 못하고 있는 책들이 너무 많이 쌓였다.
3.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비잔틴 살인사건, 에는 두 명의 퍼트리샤가 소개되어 있다.
한 명은 법의학 스릴러의 거장이라는 퍼트리샤 콘웰. 시체농장, 사형수의 지문, 법의관 같은 제목만 봐도 감이 오게도 연쇄살인을 다룬다(고 한다.). 연쇄살인 이야기를 읽으면 한 일주일은 마음이 무겁고 어둡다. 제임스 엘로이의 블랙 달리아, 의 여파는 일주일도 넘게 갔다. 그래서 콘웰의 작품이 집에 4개나 있는데 몇년 째 손이 가지 않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읽어봐야겠다.
다른 한 명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크리스테바는 하이스미스의 문장을 작품에서 몇 번 언급했다. 태양은 가득히,의 작가다, 고 하이스미스의 작품 출판을 광고하는 걸 봤었는데 언제 4권 세트를 반값 세일을 하길래, 책 반값 세일에는 이성이 사라져버리니까 그냥 샀다.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을 읽어보았는데 잔혹했다. 바로 다음 권을 잡기에는 좀 텀이 필요해서, 라고 방치한지 오래 되었다. 읽어야겠다.
한 십 오년도 전에 크리스테바의 무사들, 을 읽었다. 비잔틴 살인사건, 을 읽다보니 너무 오래 전에 읽어 거의 잊어버렸지만 무사들, 을 환기시키는 점이 몇 개 있다. 중국문자, 작가를 반영한 캐릭터들,,, 비잔틴 살인사건, 연쇄살인 이야기라고 추리소설인 척 하지만 추리소설은 아니다. 자기 이야기를 하려고 만든 작품이다. 세바스찬 크레스트 존스 교수는 처음에는 비호감이었지만 점점 연민이 가는 인물이다.
4.
강유원 선생님이 동대문구 정보화도서관에서 철학사 강의를 하시는데, 가지는 못하지만 듣고는 싶어하다가 강의 파일을 올려주신다는 걸 발견했다. 올해는 듣는 사람 힘 빠지는 무기력한 소리 그만하고 하고 싶은 것을 조심스럽게 해보자, 는 결심을 지켜보려고 파일이라도 독학해보겠다 싶어 들으면서 강의 교재도 사고, 읽어보라는 책도 사고 했는데 2강까지 듣고 더 못 나가고 있다. 예습을 하고 집중하고 앉아 두 시간 여의 강의를 통으로 들을 여유를 내질 못하고 있다. 핑계겠지.
정말로 철학을 공부해보고 싶은데, 그게 철학책은 원래 문장이 배배 꼬여서 그런거라고 다들 이야기하기는 하더마는 읽다가 이해가 안되는 문장에 걸리면 나아갈 수가 없다. 철학 공부를 해보겠다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것을 어떻게 그냥 모르는대로 넘어갈 수 있겠나. 그렇게 실패하곤 했는데 누군가가 조금만 옆에서 설명해주면 쉽게 아, 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늘 있다. 그냥 아주 작은 도움. 그게 늘 아쉽다. 다시 시작해야겠다.
5.
낯선 곳에서 나가노 마모루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 와 조이스의 율리시스, 를 다 읽고 오고싶은 걱정이 있다. 쌓아놓기만 한 존재가 굉장히 부담스러워서 걱정이 될 지경이 되었다.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는 그리하여 이번 설에 다 읽었는데, 율리시스는 정말 작정하고 차분히 읽어보고 싶다. 사실, 며칠 전에 부가세 신고를 위해 꼬깃꼬깃한 카드 영수증들을 펴느라고 처음으로 율리시스를 꺼내어 영수증들을 눌러놓는데 사용했다. 기분이 참 그랬다. 언제 읽을 수 있을까.
6.
오늘은 여기까지 써야겠다. 멈춰야 할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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