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2/03/31 못한 것들에 관한 메모
  2. 2012/03/22 코맥 매카시
  3. 2012/03/21 르카레들
  4. 2012/03/20 .
  5. 2012/03/15 .

1.

금요일. 4시간이 넘는 회의를 끝내고, 마지막 사람까지 퇴근시키고 나니 늦었다. 더 이상 기타소리를 들을 수 없어, 를 볼 수 있을거라 예상하지 않았지만 시네토크라도 가서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감상이 안 올라온다. 코까지 골며 졸았다는 현수씨 말고는 어쨌느니 저쨌느니 말이 없다. 영화가 마음에 안 들었던거야? 할 말이 없는 영화야? 본 사람이 너무 적었던 거야? 음......

 

2.

철학책을 펼쳐도 무슨 말인지 몰라서 읽지를 못하겠는 지적으로 저급한 사람이 랑시에르를 읽어보고 싶다면, 무얼 봐야할까, 라는 질문에 신문 연재글을 모은 합의의 시대를 평론하다, 가 그나마 어렵지 않다 는 추천을 받았다. 바로 주문하면서, 하나만 주문하기는 아쉬우니까, 로브 그리예의 거짓말하는 남자,를 준비하는 중이어서 로브 그리예의 절판되지 않은 작품 두 개를 괜히 넣고, 그러다가 생각나는 작가 이름들을 쳐보면서 또 이것 저것 리스트를 늘렸다. 받았다. 책을 사지 말아야겠다. 읽으려고 주문해서 읽지 못하고 있는 책들이 너무 많이 쌓였다.

 

3.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비잔틴 살인사건, 에는 두 명의 퍼트리샤가 소개되어 있다.

한 명은 법의학 스릴러의 거장이라는 퍼트리샤 콘웰. 시체농장, 사형수의 지문, 법의관 같은 제목만 봐도 감이 오게도 연쇄살인을 다룬다(고 한다.). 연쇄살인 이야기를 읽으면 한 일주일은 마음이 무겁고 어둡다. 제임스 엘로이의 블랙 달리아, 의 여파는 일주일도 넘게 갔다. 그래서 콘웰의 작품이 집에 4개나 있는데 몇년 째 손이 가지 않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읽어봐야겠다.

 

다른 한 명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크리스테바는 하이스미스의 문장을 작품에서 몇 번 언급했다. 태양은 가득히,의 작가다, 고 하이스미스의 작품 출판을 광고하는 걸 봤었는데 언제 4권 세트를 반값 세일을 하길래, 책 반값 세일에는 이성이 사라져버리니까 그냥 샀다.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을 읽어보았는데 잔혹했다. 바로 다음 권을 잡기에는 좀 텀이 필요해서, 라고 방치한지 오래 되었다. 읽어야겠다.

 

한 십 오년도 전에 크리스테바의 무사들, 을 읽었다. 비잔틴 살인사건, 을 읽다보니 너무 오래 전에 읽어 거의 잊어버렸지만 무사들, 을 환기시키는 점이 몇 개 있다. 중국문자, 작가를 반영한 캐릭터들,,, 비잔틴 살인사건, 연쇄살인 이야기라고 추리소설인 척 하지만 추리소설은 아니다. 자기 이야기를 하려고 만든 작품이다. 세바스찬 크레스트 존스 교수는 처음에는 비호감이었지만 점점 연민이 가는 인물이다.

 

4.

강유원 선생님이 동대문구 정보화도서관에서 철학사 강의를 하시는데, 가지는 못하지만 듣고는 싶어하다가 강의 파일을 올려주신다는 걸 발견했다. 올해는 듣는 사람 힘 빠지는 무기력한 소리 그만하고 하고 싶은 것을 조심스럽게 해보자, 는 결심을 지켜보려고 파일이라도 독학해보겠다 싶어 들으면서 강의 교재도 사고, 읽어보라는 책도 사고 했는데 2강까지 듣고 더 못 나가고 있다. 예습을 하고 집중하고 앉아 두 시간 여의 강의를 통으로 들을 여유를 내질 못하고 있다. 핑계겠지.

정말로 철학을 공부해보고 싶은데, 그게 철학책은 원래 문장이 배배 꼬여서 그런거라고 다들 이야기하기는 하더마는 읽다가 이해가 안되는 문장에 걸리면 나아갈 수가 없다. 철학 공부를 해보겠다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것을 어떻게 그냥 모르는대로 넘어갈 수 있겠나. 그렇게 실패하곤 했는데 누군가가 조금만 옆에서 설명해주면 쉽게 아, 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늘 있다. 그냥 아주 작은 도움. 그게 늘 아쉽다. 다시 시작해야겠다.

 

5.

낯선 곳에서 나가노 마모루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 와 조이스의 율리시스, 를 다 읽고 오고싶은 걱정이 있다. 쌓아놓기만 한 존재가 굉장히 부담스러워서 걱정이 될 지경이 되었다.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는 그리하여 이번 설에 다 읽었는데, 율리시스는 정말 작정하고 차분히 읽어보고 싶다. 사실, 며칠 전에 부가세 신고를 위해 꼬깃꼬깃한 카드 영수증들을 펴느라고 처음으로 율리시스를 꺼내어 영수증들을 눌러놓는데 사용했다. 기분이 참 그랬다. 언제 읽을 수 있을까.

 

6.

오늘은 여기까지 써야겠다. 멈춰야 할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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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분류없음 2012/03/22 23:28



"이 계절에 암사슴은 벌써 새끼를 배고 있었는데, 날이 차기도 전에 유산하는 일이 흔해 두 배의 기쁨을 주었다. 새벽빛 속에서 연푸르다 못해 반투명에 가까운 빛을 띤 태아는 아직 따뜻했고, 마치 다른 세계에서 유산된 존재처럼 멍한 눈을 하고 있었다. 눈이 먼 채 눈 속에서 죽어 가는 태아를 늑대는 뼈까지 아득아득 씹어 먹었다."

아... 코맥 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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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카레들

분류없음 2012/03/21 23:52
존 르카레의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 에서 "따뜻함은 눅눅한 1월 밤과 달리 포근한 침대에서 몰래 가슴속에 감춰 나온 밀수품이었다."는 문장이 나온다. ... 은 밀수품이었다. 는 표현, 다른 책에서 본 것 같은데, 그 다른 책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생각나면 꼭 찾아보고 싶다.

르카레의 데뷔작이며 스마일리가 처음 등장하는 작품인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 는 후의 스마일리 시리즈를 비롯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포진해있다는 걸 책 마지막 해설을 보고야 알았다.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의 문트와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 의 문트를 연결시키지 못한 채 읽었다. 그의 작품들을 다 다시 보아야 한다는 숙제를 받은 것 같다.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는 훌륭했다. 장르물이란 스토리의 인과관계보다 장르적 분위기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소련과 미국의 고래 싸움에 끼어들지도 끼어들지 않기도 어려운 영국 정보부의 쇠락한 분위기, 전쟁에서는 우리도 싸웠었다는 좋은 날에 대한 왜곡된 긍지와 회한, 한번 쳐진 어깨를 다시 펴지 못하는 절대적 패배감. 시대와 환경의 분위기를 제대로 짚어 내 폐에도 들어간 듯 장르의 공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작품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가 그랬다.

여전히 조지 스마일리라는 인물의 배역은 외견상 조금 아둔해보이는 인물이 맡았으면 더 좋았을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상습적으로 떠나는 앤 스마일리가 이해가 되지 않을만큼, 게리 올드만은 뚱한 연기마저 너무 섹시하다. 다크 나이트, 에서 고든 서장으로 분한 게리 올드만을 떠올렸다. 후줄근한 양복이나 경찰 '잠바'를 걸치고 소진된 에너지를 채우기가 벅찬 고든 서장이 영화에서 제일 좋았다. 음, 나는 게리 올드만을 좋아한다, 원래.


"스마일리는 땅딸막한 체구에 조용한 성격이었으며 어울리지 않는 옷에 많은 돈을 쓰는 것 같았다. 웅크린 듯한 체형에 걸쳐져 있는 옷가지는 마치 쪼그라든 두꺼비 가죽 같아 보였다....그리 유명하지 않은 독일 시인들의 작품에 깊이 빠져있을 때면 열심히 집중한 탓에 인상을 쓰고 있는 안경 쓴 살찐 얼굴, 구겨진 소매 안에서 움켜쥐고 있는 오동통하고 땀이 밴 손..."


"단지 앤이 도망갔을 뿐이지만 조금이나마 조지 스마일리의 일부가 정말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는 못한 듯했다."


"웨일스 사람들이 가고 나니까 동지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꿈이 이뤄진 다음에 무엇을 하겠어요? 동지들은 왜 공산당이 지식인들에 별 관심이 없는지 깨달았죠. 제 생각에 동지들은 대부분 자신을 하찮고 부끄러운 존재로 여겼어요. 자기들 침대와 방을, 살찐 배를, 자기들이 쓴 약삭빠른 글들을 부끄러워했지요. 자신들의 능력과 유머를 부끄러워했어요. 동지들은 늘 키어 하디가 석탄층에 분필 조각으로 글씨를 써가며 속기법을 독학한 이야기를 하곤 했어요. 종이와 연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했지요. 하지만 알다시피, 그렇다고 그것들을 그냥 집어 던져 버리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마지막에 제가 배운 게 그거죠. 아마 그래서 제가 탈당을 한 게 아닐까요."


* 친구들 영화제에서 본 부어맨의 테일러 오브 파나마, 는 미흡했다. 파나마의 그늘과 현재는 혹부리 영감의 혹처럼 겨우 연결되어 있고, 파나마라는 지역도 스파이의 세계도 살리지 못한 평범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정말 오래간만에 박수까지 치며 웃었던 진동침대의 어이없는 장면이나 두 미치광이가 전파하는 광기의 기묘한 에너지가 범작보다 괴작쪽으로 기울어져있는, 재미있는 영화였다. 르카레의 원작을 찾아보고 싶을 만큼은 아니지만. 음, 나는 장르물에 너그럽다, 원래.

* 별 거 아니지만 오래간만에 정리를 해본다. 글에 제목을 붙여보기도 역시 오래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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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12/03/20 23:44

나는 오늘 글을 써보려고 오랜 시간 끙끙 댔다. 대단한 내용을 쓰려 했던 것도 아닌데, 그 대단하지도 않은 내용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결국 자기 과시가 될거라는 나 자신의 공포와 경멸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못하여 그것들을 변명하며 용기를 내는 척 하다가 무너졌다.
그래서 그냥 집에 가자, 글을 무슨 글이냐, 고 컴퓨터를 끄려는데 아무래도 내가 너무 싫고 바보같은거다. 이렇게 좌절을 하면 한 동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어렵사리 쓰고 싶은 욕구가 생겼을 때 이 공포와 경멸의 알파와 오메가를 다시 겪으면서 포기하는 수십 년 동안의 패턴을 또 반복하는 거다.

너무 싫다. 또 지는게 억울하고 앞으로 또 질게 억울하다. 너무 억울해서 쓴다. 이렇게 쓰고 나면 패턴이 깨질지도 모른다.  
한 발자국 나가고 싶다. 

이 글은 절대로 지우지 말자. 절대로 지우지 말자.

이 창피한 글을 다른 글로 덮자. 뭐라도 막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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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12/03/15 16:40

토리노의 말, 이미 죽은 세계에서 어떤 죽음이 더 슬플 이유가 있을까, 라고 나는 계속 생각하고 있다. 움직임도 음식도 거부한 말, 탈출구가 없이 되돌아온 집, 바람이 그쳤지만 바람이 부는 것과 다를 바 없는-그 안의 삶이 그러하듯- 창 밖과 시계 視界, 새 세상의 불신, 영화의 죽음을 보여줬다는 작품에서 나는 계속 세계의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삼 일을 더 살고 죽든 삼 년을 더 살고 죽든,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더 슬플 이유가 있을까.

 

 

첨언할 생각이 생길 것 같다.


* 영화의 죽음, 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작품을 생각했었던 같다. 영화를 다시 보니 적어놓은 말들이 부끄럽다.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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